언급된 영화들
2025년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2023년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2007년 <트랜스포머>
2000년 <엑스맨>

만약 ‘파이널’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을까? 이미 일어난 일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번 영화의 전반부를 그렸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을 보고 상당히 실망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반감 없이 티켓을 구매했다. 1996년 늦은 봄, 극장에서 느꼈던 그 충격과 감동에 대한 성실한 마무리를 짓고 싶었다. 그것만으로도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했다.

1996년 <미션 임파서블>의 개봉을 앞둔 톰 크루즈는 주문처럼 외쳤다. 액션! 액션! 액션! 물론 톰은 이전 영화에서도 상남자의 이미지가 강했다. 분명 그는 어떤 위험도 피하지 않는 배우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액션 배우는 아니였다. <탑건>에선 전투기를 몰았고, <폭풍의 질주>에선 트랙을 질주했다. <파 앤드 어웨이>는 그저 말 타고 주먹질이나 좀 하는 영화였으니 건너 뛰자. 하지만 <미션 임파서블>은 차원이 달랐다. 이건 시작부터 끝까지 고난도 스턴트였다! 헐리웃 배우가 스턴트라니!

1990년 <폭풍의 질주> 예고편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관객들이 열광할수록 톰 크루즈가 시도하는 액션은 발전했다. 영화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사람들은 이 기상천외한 서커스를 보기 위해 돈을 냈다. 나도 그랬다. 그것만으로도 <미션 임파서블>을 봐야할 이유는 충분했다. 이건 완전히 새로운 영화의 장르니까. 007 제임스 본드가 울고 갈 영화였다.

그로부터 어느덧 30년이 지났다. 영화의 세계는 너무나 변했고 특히 액션영화 산업은 ‘마블’ 이전과 이후로 천지개벽을 경험했다. 지금껏 액션영화를 지배했던 쫄깃한 스턴트도 힘을 잃었다. 명실상부 액션영화의 백미는 이제 웅장한 CG(Computer Graphics)였다.

하나의 영화적 장르가 되어버린 마블. 그 서막을 열었던 작품은 이젠 기억도 흐릿해진 <엑스맨>이다.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엑스맨>의 CG는 구렸다. 고작해야 물건들이 붕붕 날아다녔고 가끔씩 빨강파랑 레이저들이 번쩍였다. 그 정도였다.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1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엑스맨>을 봤다. (서울관객 46만 명, 전국 집계 시스템이 정착되기 이전이라 120만 명 정도로 추정)

<엑스맨> 줄거리
모두가 두려워 하는 존재들, 그러나… 그들 중에 구원자가 있다. 인류의 유전자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게 되고, 그 결과 인간은 진보된 새로운 변종의 돌연변이들을 만들어 인간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고자 한다. 유전자 변이를 통해 창조되어 인간보다 더욱 진보된 지능과 운동신경 및 감각을 지니게 된 X-MEN들은 인류를 보호키 위해 보이지 않은 곳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X-MEN의 초능력을 두려워한 인간들은 그들을 경계하며 적대시 한다. 이들 X-MEN들은 텔레파시가 가능하거나 바람을 일으키는 등 강력하고 특수한 능력을 갖고 있는데, 찰스 사비에 박사는 이들의 초능력을 인류를 위한 길에 사용하고자 그들은 훈련시킨다. 그러나 매그니토를 따르는 사악한 돌연변이들은 인간을 지배하고자 하는 음모를 꾸미게 된다. 이에 찰스 사비에 박사가 이끄는 X-MEN들은 이를 저지하고자 이들과 맞서 싸우게 되는데… (출처: 나무위키)

누군가는 이런 평가에 반발할 수도 있다. 물론 당시 한국 CG는 <엑스맨>의 반의반도 못되었다. CG는 자본이 깡패인 영역이라 돈 없는 한국 영화의 CG 수준은 <우뢰매>의 인형놀이에서 몇 걸음 나아가지도 못 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침 좀 흘리면서 <엑스맨>을 봤다. 하지만 지금 <엑스맨>을 다시 보니 내가 저걸 보고 눈물을 흘렸나 싶은 생각이 절로든다. 마블이 그사이 사람들의 눈높이를 업그레이드 시킨 탓이다. 이제 LA나 뉴욕 정도의 대도시가 불타는 장면은 봐야 ‘무슨 일이 났는가?’ 싶다.

2000년 <엑스맨> 예고편

돌이켜 보면 <엑스맨>의 진짜 주인공은 울버린이다. 흡사 늑대인간을 닮은 울버린의 초능력은 클론과 통뼈였다. 필요할 때 손등에서 튀어나오는 클론은 날카로운 특수뼈로 무시무시한 무기였다. 그러나 이 강력한 무기는 사실 칼의 다른 형태였다. 촬영도 손에서 3개의 클로가 튀어나올 때만 CG로 처리했고 나머지 장면은 그냥 손에 클론를 붙이고 찍었다. <엑스맨>에서도 액션의 몫은 여전히 스턴트였다.

<엑스맨>이 등장했던 그 해 <미션 임파서블 2>가 극장에 걸렸다. 참고로 이 영화는 시리즈의 유일한 망작으로 평가받았다. 평단과 관객 모두는 감독이었던 오우삼이 제 욕심에 영화를 망쳤다며 질타했다. 하지만 <미션 임파서블2>는 흥했다. 서울관객 120만 명을 넘겼고 전국관객은 300만 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영화가 시작되고 절벽을 기어올라 미션을 확인한 톰 크루즈가 화면을 향해 던진 썬글라스가 폭발할 때 짜릿한 전율이 진동했다. ‘쿨’이 뭔지도 몰랐지만 새천년에 그 장면은 진짜 쿨했다.

2000년 <미션 임파서블 2> 오프닝

하지만 SF의 발전은 <엑스맨>에 머물지 않았다. 2006년 SF의 마술사 스티븐 스필버그와 스팩터클의 거장 마이클 베이가 손을 잡고 아이들이 갖고 노는 변신 로봇으로 끝내주는 영화를 만들었다. 2007년 개봉한 <트랜스포머>는 분명 헐리웃 SF 영화의 분기점이 되는 영화였다. SF 장르는 더 이상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었다. 오토봇들과 로봇들은 인간처럼 대화하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인간이 당면한 문제들로 다퉜다.

2007년 <트랜스포머> 예고편

SF와 액션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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